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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리소리박물관]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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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와예술 작성일20-03-04 11:49 조회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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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리소리박물관]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기록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기록 서울우리소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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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에서는 90년대에 유행했던 가요 프로그램을 재생해주는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채널이 인기다. 90년대 노래를 들어보면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삐삐(무선호출기)’나 공중전화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비단 사용하던 물건뿐만 아니라 남녀의 연애관, 일과 성공에 대한 생각 등 그 시대를 풍미하던 가치관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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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30~40대에게는 향수를 일으키고, 당시 음악을 모르는 10~20대에게는 새로운 문화로 여겨져 인기가 많다. 이렇듯 동시대 사람들이 함께 듣고 정서를 공유했던 노래에는 그 시대의 감성과 문화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주로 농사를 짓던 시기, 사람들의 애환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노래로 시대를 표현했을까.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 농사 소리부터 일상의 소리까지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던 다양한 소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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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박물관에 들어서서 곧장 음원 감상실로 향했다. 소반을 닮은 테이블에는 전국 팔도의 대표 민요와 사투리가 담긴 민요를 들어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리랑’, ‘쾌지나 칭칭 나네’를 비롯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타령을 들을 수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름은 소리박물관이지만 시각 자료도 풍부해 각종 소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국민 다수가 농사를 지어 살던 시대에는 밭 갈던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도시 생활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무척 생소하다. 박물관이 마련한 우리 조상들의 삶의 소리를 들으면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삼스레 사라져 가는 소리가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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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상설전시관에는 주제에 따라 소리를 엮어놓은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의례와 위로의 소리’ 코너에서는 장례의 모습과 함께 장례 음악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장례 음악은 오래전 드라마에서나 얼핏 들어본 것이 전부였다. 전통 장례문화를 체험할 일도 흔치 않거니와 장례문화도 이미 현대화되었기 때문이다. 곡소리는 망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인데, 그 표현 방식에 일정한 격식과 절차가 있다. 곡소리는 유족들이 오열하며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고안되었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와 인간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렇게 잊힌 소리를 모으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민족 고유의 삶의 모습을 잘 간직할 수 있고 대중은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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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요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지친 삶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것이다. 전통 장례에서 마을 사람들이 불러주는 노래는 이승을 떠난 망자의 영혼을 달래고 남아있는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였다. 삶에 지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오히려 슬픔을 드러냄으로써 자기 정화에 이르는 노래도 있다. 노래를 통해 우리는 삶을 다시 이어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의례와 위로의 우리소리 설명 중-
놀이와 우리 소리’ 코너에서는 우리 민족의 풍습과 놀이의 즐거움을 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추석 당일 밤에는 강강술래를 부르며 풍요를 기원했고, 그네뛰기며 각종 놀이를 즐길 땐 언제나 노래가 함께 했다고 한다. 한쪽에는 둥근 원통 안에 종이를 이용해 그네뛰기, 널뛰기 등 우리 전통 놀이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마치 보름달에 비친 모습 같아 아름다웠다. 우리 민족 특유의 흥과 에너지를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일과 관련된 노래, 노동요도 민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볍씨를 뿌려 모내기를 하고, 잡초를 제거하고 가을에 벼가 익으면 추수를 하고 타작을 하는 등의 한 해 농사 과정이 노래에 녹아들어 있다. 논 삶는 소리는 ‘이러 어디야 어 잘두 간다! 철벙철벙 잘두 간다!’ 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인데, 듣다 보면 힘을 북돋우는 느낌이 전해진다. 농사의 고단함을 달래고 흥을 돋우는데 노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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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는 우리 민족의 삶을 주제로 한 노래였다. 생각해보면 소리란 결국 삶에서 나오는 리듬이 아닌가 싶다. 삶의 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바뀌면서 삶의 소리도 빠르게 변했다. 비록 겉모습과 생활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지만 희로애락과 세상살이에 대한 애환이 담긴 민요를 들으며 한국인의 얼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던 중 기증자를 기리는 설치물에 쓰인 문구에 눈이 머물렀다.
‘소리는 발생과 함께 흩어집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후대에 소리를 물려줄 수 없다. 소리를 잃는다는 건, 삶에 대한 기억을 잃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민요를 전시, 보존,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 소리박물관을 통해 우리 소리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느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위 포스팅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기전에 작성된 글이며, 현재 서울우리소리박물관은 잠정 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관람객 여러분의 협조와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간 : 2020. 2. 25.(화) ~ 별도 공지시까지 (재개관 일정 및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gomuseum.seoul.go.kr